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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톡] ‘혹성탈출: 종의 전쟁’ 종의 운명 건 ‘시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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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수아 기자) 시저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 VS “우리가 시작이자 끝이다” 대령
 
종의 운명과 지구의 미래를 결정할 피할 수 없는 전쟁, 최후는 어떻게 될것인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의 대립, 그리고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린 작품이다.
 
전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서 힘있는 연출력으로 호평을 얻은 맷 리브스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았고, ‘혹성탈출’,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 등 모션캡처 연기의 1인자 앤디 서키스가 유인원을 이끄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 시저로 분해 또 한 번 열연을 펼친다. 여기에 ‘나우 유 씨 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확인시켜 준 우디 해럴슨이 인간 군대를 이끄는 특수요원 출신 대령으로 등장해 시저와의 강렬한 대결을 벌인다.
 
제작진과 감독, 주연배우들의 진솔한 대화를 만나보자.
 
‘혹성탈출: 종의 전쟁’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혹성탈출: 종의 전쟁’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혹성탈출: 종의전쟁’ 라이브 컨퍼런스 녹취록
 
Q.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8월에 개봉 예정이다. 팬들이 어떤 부분에 가장 주목해서 봤으면 하는지?
 
맷 리브스: 이번 영화는 정말 흥미진진하고, 정서적이고, 감정적이고, 유머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영화에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앤디 서키스: 맷 리브스 감독이 환상적인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대규모의 서사입니다. 전쟁영화일 뿐만 아니라 정말 개인적이고 친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관계가 아름답고 정서적으로 서술이 되어있고요. 전 세계인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시저의 감정선도 변화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는지?
 
앤디 서키스: 영화 초반의 시저는 여전히 공감 능력을 가진 리더입니다. 유인원 사회를 구축하면서 항상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초반에는 시저의 이러한 모습을 계속 보여줍니다. 인간과 유인원이 모두 생존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요.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시저는 내면적 고통을 겪게 되고, 인간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잃게 됩니다. 내면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시저의 어두운 내면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제목이지만 실제로는 시저 내면의 전쟁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시저는 유인원들에게 마치 모세와 같은 존재로, 리더로서 유인원들의 터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노력했는데요. 후반부에서는 이것이 전쟁이라는 임무를 수행하는 리더로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두운 내면을 계속해서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전편(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증오했던 ‘코바’라는 유인원이 있었는데요. 코바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기 시작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러한 시저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존재는 그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들 밖에 없는데요. 그러므로 전편보다 굉장히 어둡고 다른 여정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상실감이나 슬픔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고, 동시에 굉장히 흥분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내면적으로 저에게 많은 시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소녀 이름이 ‘노바’이다. 1968년 ‘혹성탈출’에도 ‘노바’라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의도한 것인지?
 
맷 리브스: 네. 1968년에 나왔던 영화에 ‘노바’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노바는 유인원에게 사로잡힌 인간입니다. 말을 할 수가 없었죠. 이번 영화와 동일한 노바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크 봄백과 제가 함께 각본을 작성하면서 결국에는 1968년에 나왔던 영화로 귀결이 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다시 리메이크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래도 혹성탈출이라는 1968년의 영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인간이 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을까’, ‘인간이 유인원들의 노예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이러스에 착안하게 되었고, 이 바이러스를 통해서 유인원은 똑똑해지고, 인간은 퇴화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시저라는 캐릭터의 어떤 부분에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는지?
 
앤디 서키스: 시저의 상황을 보면 전쟁 중에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유인원으로서 계속 진화를 하고 점점 인간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진화의 시작에서는 그냥 침팬지와도 같았는데요. 점점 인간과 같이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갖고, 의사소통도 하게 됩니다. 종의 전쟁에서 시저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좀 더 짐승 같은 분노와 본능을 느끼게 됩니다. 점점 인간과 가깝게 진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노를 느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체적으로도 시저는 더욱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직립 보행에 가까운 걸음걸이를 보입니다. 그리고 전편보다 언어 능력도 훨씬 발달했고요. 감정 표현 역시 인간처럼 표정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관객들이 시저를 보면서 어떤 감정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동물적인 분노와 만나게 됩니다. 진화와 동물적인 분노를 함께 느낀다는 것을 제가 충분히 이해해서 표현하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좀 더 시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습니다.
 
Q. ‘혹성탈출’ 시리즈 전 편에 걸쳐 시저 연기를 해왔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앤디 서키스: 네. 시저 역할은 가장 특별한 경험 중의 하나였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연기 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저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 중 하나이고요. 배우로서 탄생의 순간에서부터 성숙한 성인이 될 때까지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정말 독특한 기회이죠. 영화의 역사상 한 명의 배우가 캐릭터의 탄생부터 전체 생애를 아우르면서 연기한 경우는 그렇게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영광스러운 상황에서, 맷 리브스 감독과 함께 최근 두 편의 영화를 진행하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정말 똑똑하게 여정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2년 전, 맷 리브스 감독과 호텔에서 처음으로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푹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각본이 완성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각본이 좋아야만 연기가 좋을 수가 있고요. 그래서 맷 리브스 감독과 같이 진행한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배우로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감독 중의 한 명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웨타 디지털과 17년간 다양한 영화를 함께 하고 있는데요. ‘반지의 제왕’부터 출발해서 웨타 디지털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고, 그리고 그 이외에 모리스나 로켓 등 다양한 유인원 역할을 한 배우들과도 너무나 독특한 경험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정말 저에게는 큰 의미입니다. 시저 역할이 끝나면 정말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릴 것 같습니다.
 
Q. 모션캡처 연기자에게도 아카데미 상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앤디 서키스: 모두가 저를 모션캡처의 제왕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사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모션캡처, 퍼포먼스 캡처는 모두 기술적인 영역입니다. 연기자의 연기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으로서는 전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는 게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맷 리브스: 일단 앤디가 말했듯이 퍼포머스 캡처라는 것은 연기를 촬영하는 행위입니다. 앤디는 대단한 배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배우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앤디와 함께 일을 해왔는데요.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경험 중 하나 입니다. 인간으로서도 굉장히 아름답고, 배우로서도 훌륭합니다. CG 유인원 연기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것이 기술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디 해럴슨은 인간(대령) 역할을 직접 하면서 앤디와 상호 작용을 하거든요. 그런데 일반 모션캡처는 모든 샷을 사전에 계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퍼포먼스 캡처 같은 경우에는 독립적인 영화처럼 촬영할 수가 있습니다. 어느 배우와 촬영을 하든지 세세한 계획을 전부 사전에 수립하고 배우와 이것을 의논하면서 촬영을 합니다. 배우는 아티스트로서 유인원 CG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겠죠.
 
Q. 이번 작품에서 ‘야만성’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담아내려고 했는지?
 
맷 리브스: 저에게 있어서 ‘혹성탈출’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영화였습니다. 여름에 보는 아주 독특한 영화였는데요. 이것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와는 다르죠. 유인원들의 진화하는 지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좀 엿보는 겁니다. 그리고 또 동시에 전쟁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유인원의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죠. 그리고 가장 가슴이 따뜻한 캐릭터는 유인원들입니다. 이것을 보면 사람도 사실 동물이거든요. 그것을 자주 잊어버리곤 하는데요. 동물로서의 사람과 유인원이라는 종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시저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고통 때문에 증오로 가득 차 있죠. 또한 자신의 따뜻한 마음의 본성과 조합을 이뤄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야만이라는 것도 인간에게 녹아 있는 본성인 것이죠. 그래서 전쟁영화를 하게 되면 언제나 공감이라는 주제로 들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주제이지요. 어떤 갈등이 있을 때 이 공감의 능력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동물로서의 존재는 모두 폭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상대를 보면서 객체화하며 파괴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투영시키면서 본인을 발견하죠. 이런 창조에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공감이라는 것을 답으로 찾게 되는 것이죠.
 
‘혹성탈출’ 시리즈 팬 분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린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해달라.
 
맷 리브스:
이 시리즈를 계속 보신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스토리의 핵심은 바로 시저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각각의 편이 전부 다릅니다. 이번 편은 전쟁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진화의 시작과도 다르고, 반격의 서막과도 또 다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저의 탄생에서부터 시저가 경험하는 거대한 전쟁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바로 시저의 여정인데요. 여러분께서 시저가 경험하는 최대의 난국 그리고 어려움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행사를 하게 되어 굉장히 기뻤고요. 완성된 영화를 꼭 보셨으면 좋겠고, 내한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앤디 서키스: 마지막으로 팬 분들께 말씀을 드리자면, 정말 운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뛰어난 맷 리브스 감독을 통해서 이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정말 사랑과 슬픔을 담아서 이러한 서사시를 써 내려가고 있는데요. 다양한 감정들이 모두 다 담겨 있습니다. 관객 여러분들께서 정말 즐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영화입니다. 또 말씀 드려야 할 내용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시각 효과의 수준을 한층 더 진보시켰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시각효과 또한 뛰어난 역량을 보여 줬는데요. 이번 영화는 시각효과의 영역에서 최고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여러분께서 빨리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영화를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곧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혹성탈출: 종의 전쟁’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혹성탈출: 종의 전쟁’ 웨타 제작진 기자 간담회 녹취록
 
Q1) 앞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유인원 연기는 100% 배우들이 하지만, 이를 유인원의 얼굴로 바꾸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작품에서 앤디 서키스가 보여준 연기는 엄청났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이다. ‘혹성탈출’ 같은 영화는 기술에 영광을 돌려야 하는지, 배우의 힘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감독님의 생각은 어떠한가?
 
A) 앤더스 랭글랜즈: 말씀하신 것과 같이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당연히 더 큰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그가 연기를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저라는 캐릭터는 사실 앤디 서키스의 연기와 디지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협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앤디 서키스의 연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저의 다양한 감정과 표정의 깊이를 이전 두 편의 작품보다 훨씬 심화되고 극대화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 작업을 통해서 그것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기술적으로도 다양한 표정과 연기를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기술적 한계를 계속 뛰어넘기 위해 발전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앤디 서키스의 표정 연기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Q2)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여러 스튜디오들이 함께 작업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998명의 웨타 디지털 스탭들이 참여한 100% 웨타 디지털의 기술로만 완성한 영화이다. 특별히 웨타 디지털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만 작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임창의: 웨타 디지털은 라이브 퍼포먼스 모션캡처 기술이라는 가장 진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퍼포먼스 캡처 촬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촬영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되어야 하고, 촬영 후 후반작업까지 전 과정이 같은 파이프라인 안에서 이루어져야 가장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한 스튜디오 안에서 이 과정을 모두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효율성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웨타 디지털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유인원을 10여년 이상 표현해왔고 그것에 대해 연구해왔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 있어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Q3) 놀라운 기술력의 발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배우의 연기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현재 웨타 디지털에서는 가상의 캐릭터를 구현해내기에 충분한 기술을 갖추었다고 생각이 든다. 앞으로 배우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게 될까?
 
A) 앤더스 랭글랜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디지털 캐릭터가 배우들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기술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진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저, 모리스, 로켓, 배드 에이프 같은 모든 캐릭터들은 배우들이 표현해내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캐릭터가 개발되지 않으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다. 맷 리브스 감독 역시 캐릭터와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술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A) 임창의 감독: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배우’는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이지 실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디지털 캐릭터와 실제 배우가 표현해내는 캐릭터의 차이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기술적으로 그 경계가 많이 지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등장하는 시저가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Q4)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웨타 디지털에서의 첫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계기가 무엇인지?
 
A) 앤더스 랭글랜즈: 오래 전부터 웨타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선두주자였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부터 시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당연히 업계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감정 표현을 통해서 디지털 캐릭터들이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로서는 최고의 만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연히 웨타와 함께 일하고 싶었고 기회가 되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Q5)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과 작품을 함께한 소감?
 
A) 임창의: 우선 ‘혹성탈출’ 시리즈 3부작에 모두 참여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작업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매 장면마다 다른 기술과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서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 같은 경우는 이미 영국과 유럽 지역의 스튜디오에서 굉장히 유명한 분이었기 때문에 작품을 하기 전부터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웨타에서 입사하기 전 영국에 있을 때 이미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다.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과 같은 훌륭한 인력들이 합류하면서 웨타 디지털이 더욱 발전해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Q6) 웨타에서 보여주는 렌터링 기술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결국 기술의 발전과진보는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소 규모의 영화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중소 영화들도 이런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임창의: 사실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12년 전쯤 한국에 있을 때 한국 영화 7편 정도를 작업했었는데, 영화는 자본의 규모에 따라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예를 들면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상업영화 등이 있고 또 한국영화, 일본영화처럼 지역 로컬마켓에 작용하는 영화들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경우는 전 세계 관객에게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부분도 이와 비슷하다. 예산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의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자본이라는 것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물론 많은 자본이 투자되면 좋은 기술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항상 그것이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작은 규모이지만 굉장히 뛰어난 기술을 만들어내는 회사들도 많이 있다. 자본과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작업에 대한 방법적인 문제라고 생각된다.
 
A) 앤더스 랭글랜즈: 물론 저예산 영화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웨타 디지털의 경우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모든 개발 곡선 상에서 앞서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나 예산이 아니라 작업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웨타 디지털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분야에 입문을 해서 꾸준히 개발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비록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소규모 회사라도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다면 충분히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Q7) 임창의 감독은 혹성탈출 시리즈 3부작에 모두 참여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시저, 모리스 등 유인원 캐릭터들을 완성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이런 캐릭터들과 작별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부터 시리즈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6년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너무너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항상 일이라는 것은 행복한 순간은 굉장히 짧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굉장히 긴 것 같다. 그런데 고통스러운 순간이 길수록 행복한 순간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함께했던 시저, 모리스를 비롯해 모든 유인원 캐릭터들을 떠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면서도 너무나도 그리운, 마치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함께 해왔던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Q8)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마션’, ‘해리포터’ 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그와 비교해서 ‘혹성탈출: 종의전쟁’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다면?
 
A) 앤더스 랭글랜즈: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주 인상 깊었다. 맷 리브스 감독은 작가 출신인 만큼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장 중요시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어서 기술팀까지도 열정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웨타 디지털만의 기술과 다양한 도구로 캐릭터를 완성하고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작업에 있어서 가장 큰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서 개봉할 당시 영화관에서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옆에 있던 한 여성분이 감정적으로 고조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가 배우의 연기를 잘 살려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의 반응을 직접 보는 것은 쉽지 않은데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Q9) 촬영기간과 후반작업 기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A) 임창의 후반작업 같은 경우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끝나자마자 다음 편을 준비하기 위해 RND 작업과 개발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길게는 4년 정도 걸렸다. 실제 인력이 투입되어 작업한 기간은 1년 정도이다. 촬영 기간은 확실하지 않지만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촬영에 있어서는 굉장히 긴 기간 동안 촬영된 편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굉장히 다양한 환경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맑은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도 있고, 배경 자체도 해변에서 어느 마을, 산속 깊숙한 곳에도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에 맞게 촬영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Q10) 프레젠이션 때 랜더링과 관련해서 카메라마다 서로 다른 왜곡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왜곡인지 설명을 해달라.
 
A) 임창의: 정확히 말하자면 카메라 렌즈의 왜곡이 아니라 색상과 밝기에 대한 오차 발생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를 3D 버추얼로 만들고 랜더링 과정을 통해 이미지화 시켰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그 이미지의 색상이 보기에 좀 밝다고 생각될 경우에 우리는 마이크에 칠해진 색상 자체가 밝은 건지, 컴퓨터 상에서 이루어진 랜더링 과정에서 들어간 라이트가 밝은 건지 그 경계를 정확하게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라이트 자체의 정보가 한정되어 있고, 그 정보도 아티스트가 눈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정보였다. 이제는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정보를 집어넣음으로써 랜더러가 실제 빛이 자연상에서 반응하는 것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색상과 밝기의 오차에 대한 기준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기술이 작업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유인원을 데려와 촬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인원이 주변에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보일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주변 환경에 가장 근접한 라이팅을 세팅하고 가상의 유인원을 넣어 렌더링 과정을 통해 이미지를 뽑아낸다. 그것이 작업의 시작이다. 그리고 난 뒤에 아티스트들이 유인원을 더욱 사실적이고 스토리텔링에 맞는 이미지로 보이도록 만드는 라이팅 작업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Q11) ‘혹성탈출: 종의 전쟁’ 속에 다양하고 리얼한 장면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명장면을 꼽는다면?
 
A) 앤더스 랭글랜즈: 모든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유인원 캐릭터들을 발전시키는 데 참여했다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배드 에이프가 눈이 오는 산장 안에서 말을 하는 장면이다. 배드 에이프를 연기한 스티브 잔은 배우 자체가 재미있고 흥이 많다. 배드 에이프의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굉장히 잘 살려냈고, 개인적으로 그 장면이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A) 임창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저와 루카와 병사들이 폭설이 내리는 환경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폭설이 내리는 날씨에서 촬영을 진행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배우들이 실제로 퍼포먼스 캡처 수트를 입고 진짜 난투극을 벌였다. 요즘 최신 영화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작업이다. 보통 눈이 내리는 장면들은 후반 작업을 통해 만들어내기 때문에 맑은 날 촬영하거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뒤 전부 CG로 처리하는데, 실제로 캐나다의 폭설이 내리는 환경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은 라이팅 아티스트로서는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눈이 왔을 때 라이팅 조건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모두 분석하고 배울 수 있어서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이 장면에 있어서 우리는 과연 똑같은 조건에서 눈이 내릴 때와 눈이 오지 않을 때 중 어떤 환경에서 더 밝게 보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눈이 하늘을 가리기 때문에 더 어두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눈이 빛을 반사시키고 빛의 산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더 밝을 것이다 등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장면을 보고 분석한 결과, 눈이 오기 시작하면 카메라와 비교했을 2단계 정도 더 어둡게 나왔다. 이처럼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장면이라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Q12) 한국 관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A) 임창의: 이 영화는 제가 제작에 참여한 스탭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린 시절에 너무나도 즐겁게 보았던 주말의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클래식하면서도 감성적이고, 감성적이면서 품위가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서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에 수 많은 사람들이 수 많은 시간에 걸쳐서 최고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다. 그 노력이 사실은 극장에서 봐야지만 제대로 감정이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주 크다. 영화를 볼 때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A) 앤더스 랭글랜즈: 3편은 멋진 스토리의 종결판이다. 특히 시저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가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앤디 서키스의 연기가 절정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더해지면서 아주 멋진 영화가 완성되었다. IMAX와 같은 다양한 포맷의 상영관에서 즐기기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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